우리는 왜 나침반을 발명했을까? 잃어버린 생체 내비게이션과 지구 자기장의 비밀

일상에서 마주한 자연의 경이로운 내비게이션

생물학적 지식이 깊지 않은 제게, 최근 우연히 접하게 된 자연의 비밀 하나는 그야말로 뒤통수를 치는 듯한 경이로움으로 다가왔습니다. 우리는 보통 수천 킬로미터를 날아가는 철새나 먼 바다를 돌아 고향으로 회귀하는 연어 정도만이 길을 찾는 특별한 본능을 가졌다고 생각합니다. 저 역시 오랫동안 그렇게 믿어 의심치 않았습니다. 철새들이 지구의 자기장을 감지해 내비게이션처럼 활용한다는 사실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지만, 그것은 오직 창공을 가르고 바다를 유영하는 특정한 생명체들만의 전유물인 줄로만 알았습니다.

하지만 자연의 섭리는 인간의 얄팍한 상식을 비웃듯 훨씬 더 깊고 은밀하게 직조되어 있었습니다. 알고 보니 이 지구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생명체, 심지어 땅 위를 걷는 짐승들과 캄캄한 땅속을 파고드는 생물들까지도 지구라는 거대한 자석이 내뿜는 ‘자기장’을 실시간으로 감지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더욱 놀라운 것은, 만물의 영장이라 자부하는 우리 인간의 몸속에도 그 경이로운 감각의 유물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는 사실입니다. 오늘은 평범한 일상 속에서 문득 깨닫게 된, 생명체들의 내장형 와이파이와 인간이 잃어버린 감각에 대한 놀라운 이야기를 나누어보고자 합니다.

1. 하늘, 땅, 바다를 관통하는 생명체들의 생체 와이파이

우리가 스마트폰의 GPS 신호가 끊기면 당장 길을 잃고 방황하는 것과 달리, 야생의 동물들은 태어날 때부터 지구의 자력선과 직접 연결된 ‘생체 와이파이’를 켜고 살아갑니다. 철새의 망막에는 ‘크립토크롬’이라는 특수한 단백질이 존재합니다. 이 단백질은 빛과 반응하여 양자역학적인 전자 이동을 일으키고, 그 결과 새들의 시야에는 지구 자기장의 흐름이 마치 전투기 조종사의 전방 표시 장치(HUD)처럼 빛과 그림자의 패턴으로 겹쳐 보인다고 합니다. 그야말로 눈으로 나침반을 보며 하늘을 나는 셈입니다.

그러나 이 기적 같은 능력은 공중을 나는 새들만의 것이 아니었습니다. 캄캄한 흙속에서 평생을 보내는 눈먼 두더지쥐는 지구 자기장의 미세한 기울기를 온몸으로 감지하여 땅속 굴의 방향과 깊이를 오차 없이 설계해 냅니다. 망망대해를 헤엄치는 바다거북은 해류가 뒤엉키는 대양 한가운데서도 자기장 지도를 읽어내어 자신이 태어난 고향 해변으로 정확히 기수를 돌립니다. 하늘과 땅, 그리고 바다를 가리지 않고, 시야가 차단되거나 지형지물이 없는 가혹한 환경을 극복해야 하는 생명체들에게 지구의 자기장은 한 치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 절대적인 이정표였던 것입니다.

2. 소와 개의 기이한 방향성, 그 속에 숨겨진 자기 감각

가장 흥미롭고 위트 넘치는 사실은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보는 가축이나 반려동물들에게도 이 감각이 펄떡이며 살아 있다는 점입니다. 과학자들이 구글 어스와 같은 위성 사진으로 전 세계 목장의 소와 사슴 떼를 관찰한 결과, 이들은 풀을 뜯거나 휴식을 취할 때 태양의 위치나 바람의 방향과 무관하게 거의 항상 몸을 ‘남북 방향’으로 정렬하고 있었습니다. 어디 그뿐이겠습니까. 우리가 매일 산책을 시키는 반려견들조차 배변할 때면 팽이처럼 빙글빙글 돌며 자리를 잡는데, 이는 지구 자기장의 남북 축에 몸을 맞추어 가장 편안한 상태를 찾으려는 무의식적인 본능의 발현이라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인간이 불안할 때 심호흡을 하며 자세를 가다듬듯, 동물들은 자신의 생체 전자기 축을 지구의 자력선과 일치시킴으로써 마음의 위안과 신체적 안정을 얻도록 설계되어 있는 것입니다. 멍하니 풀을 씹는 소나, 길가에서 볼일을 보는 강아지의 평범한 행동 이면에 지구라는 거대한 자성체와 실시간으로 교신하는 최첨단 생체 시스템이 가동되고 있다니, 참으로 경탄을 금할 길이 없습니다.

3. 인간의 눈과 뇌에 남은 유물, 호모 사피엔스의 선택

그렇다면 우리 인간은 어떨까요? 우리는 과연 처음부터 길치로 태어난 것일까요? 놀랍게도 인류학계와 뇌과학계는 우리 인류 역시 과거에는 지구 자기장을 느끼는 센서를 장착하고 있었다고 입증하고 있습니다. 철새의 눈에 있는 크립토크롬 단백질이 인간의 망막에도 그대로 존재하며, 우리의 뇌세포 속에도 미세한 자철석 입자가 남아 있습니다. 실제로 어두운 방에서 인위적으로 자기장을 변화시키면 인간의 뇌파가 무의식적으로 반응한다는 실험 결과도 존재합니다. 원시 사바나 초원과 짙은 밀림을 누비던 초기 인류에게도 이 자기장 감각은 집으로 돌아오기 위한 필수적인 생존 도구였을 것입니다.

그러나 진화의 역사는 얄궂게도 등가교환의 법칙을 따릅니다. 인류가 두 발로 직립보행을 시작하면서 시야가 극적으로 넓어졌고, 시각 정보가 다른 모든 감각을 압도하게 되었습니다. 눈으로 태양의 궤적을 쫓고 별자리를 읽어낼 수 있게 되자, 상대적으로 희미한 자기장 감각의 필요성은 점차 옅어졌습니다. 더욱 결정적인 것은 뇌의 에너지 효율이었습니다. 호모 사피엔스는 엄청난 에너지를 소모하는 뇌를 ‘기억력’과 ‘언어’, ‘추론 능력’에 집중시키기 위해, 자주 쓰지 않는 무의식적 자기장 센서의 스위치를 과감히 꺼버리는 쪽으로 진화의 방향을 튼 것입니다.

4. 내장 센서를 끄고 외장 나침반을 발명하다

결국 인류가 자기장을 감지하는 생체 안테나를 잃어버린 것은 퇴화라기보다는, 더 높은 수준의 지능을 얻기 위한 기회비용이었습니다. 자연이 부여한 내장형 내비게이션을 포기한 인류는, 그 빈자리를 특유의 지능으로 채워 나갔습니다. 자연계에 존재하는 자철석의 성질을 발견하여 ‘나침반’이라는 외부 도구를 발명해 냈고, 밤하늘의 별을 관측하여 해도를 그렸으며, 끝내 우주로 인공위성을 쏘아 올려 GPS라는 궁극의 인공 내비게이션 망을 구축하기에 이르렀습니다.

동물들이 지구라는 거대한 시스템의 일부로서 자신의 몸을 자연에 맞추어 살아간다면, 인간은 자연의 원리를 뜯어보고 도구를 만들어 환경을 통제하는 길을 걸어온 것입니다. 생체 와이파이를 상실한 대가로 우리는 문명과 과학을 얻었으니, 이는 지구 생태계 역사상 가장 극적이고 성공적인 거래였을지도 모릅니다.

자연과의 은밀한 교신을 부러워하며

오늘도 저는 낯선 골목길에서 습관처럼 스마트폰의 지도 앱을 켭니다. 화면 속 파란 점이 가리키는 방향을 맹신하며 걸음을 옮기면서, 문득 허공의 자력선을 읽어내며 말없이 북쪽을 향해 몸을 뉘이는 짐승들의 고요한 감각이 조금은 부러워집니다. 인류는 눈부신 지능과 도구를 손에 쥐었지만, 그 대가로 자연과 직접 연결되어 박동하던 그 깊고 은밀한 교신 능력을 영영 잃어버리고 말았으니까요.

비록 우리 몸속의 나침반은 오래전 그 작동을 멈추었지만, 이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가 보이지 않는 자기장의 끈으로 단단히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만으로도 세상은 한결 경이롭고 신비롭게 다가옵니다. 우리가 무심코 지나치는 저 작은 참새의 눈망울 속에, 그리고 발밑의 흙을 파고드는 벌레들의 더듬이 끝에 지구의 웅대한 자기장이 아로새겨져 있다는 놀라운 사실. 어쩌면 진짜 지혜란, 인간의 발명품에 자만하지 않고 자연이 품고 있는 이 압도적인 비밀 앞에 겸허히 고개를 끄덕일 줄 아는 태도에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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