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에는 블로그로 돈 번다는 말에 혹해서 수백만 원짜리 강의를 끊었다가, 키워드 찾고 인위적인 노가다를 하느라 지쳐 떨어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했다. 돈 주고 ‘자유’를 샀다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무급 막노동을 산 꼴이었으니 포기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그런데, 이 노가다의 산을 끈기 있게 넘을 각오가 된, 심지어 글 쓰는 것 자체를 꽤 좋아하는 사람들조차 무참히 나가떨어지는 두 번째 구간이 있다.
바로 ‘기술’이라는 이름의 거대한 통곡의 벽이다.
1. 워드프레스, 듣기엔 좋지 막상 해보면 지옥문이다
블로그로 돈 좀 벌어보겠다고 이 바닥을 기웃거리다 보면 백이면 백 이런 소리를 듣는다. “네이버 블로그는 상한선이 명확하다. 티스토리는 카카오가 남의 집에 자기네 광고를 마음대로 꽂아 넣는 만행을 부리니 언제 망할지 모른다. 결국 종착지는 제약 없이 무한 확장 가능한 워드프레스(WordPress)다!”
맞는 말이다. 플랫폼의 노예가 되지 않고 내 소유의 디지털 영토를 가지려면 워드프레스가 답이 맞다. 그런데 이 ‘정답’을 실행에 옮기려고 컴퓨터 앞에 앉는 순간, 평생 한글 문서나 엑셀 정도만 깨작거리던 일반인들의 눈앞에는 지옥문이 열린다.
도메인을 사라는데 가비아는 뭐고 호스팅은 또 뭔가? 네임서버를 변경하라는데 DNS는 뭐고, SSL 보안 인증서를 달아야 하니 세팅을 하란다. 어찌어찌 테마를 깔았더니 이번엔 구글 서치 콘솔에 사이트맵을 제출하라고 하고, 애드센스 코드를 <head> 태그 사이에 넣으라며 생전 처음 보는 외계어를 쏟아낸다.
글을 쓰기도 전에 집터를 닦고 기둥을 세우는 이 과정 자체가, 컴퓨터와 친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그야말로 장님 코끼리 만지는 격이다. 이 버튼을 누르면 서버가 날아갈 것 같고, 저 버튼을 누르면 돈이 줄줄 샐 것 같은 공포. 결국 며칠을 끙끙대다가 “아, 이건 내 길이 아닌가 보다. 이미 끝물이라더니 진짜네.” 하고 노트북을 덮어버린다. 과장 같지만 이게 90%의 사람들이 마주하는 현실이다.
2. 내가 당신을 1:1로 구원해 줄 수 없는 냉정한 이유
가끔 이런 상황에서 누군가 짠 하고 나타나 “자, 이거 누르고, 저거 복사해서 여기 붙여넣으세요” 하고 1:1로 족집게 과외를 해주면 참 좋겠다고 생각할 거다. 수백만 원짜리 강의를 파는 사람들이 주로 이 AS(애프터서비스)를 미끼로 던진다. 막히면 질문하라고.
하지만 솔직히 까놓고 말해서, 나는 내 블로그를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그런 친절한 해결책을 제시해 줄 생각이 전혀 없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그건 ‘불가능’한 일이다.
왜냐고? 사람마다 처한 환경과 변수가 너무나도 다르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은 돈을 주고 도메인을 샀을 거고, 어떤 사람은 무료 플랜으로 억지를 부리고 있을 거다. 어떤 사람은 맥북을 쓰고, 어떤 사람은 10년 된 윈도우 노트북을 쓴다. 똑같은 오류 메시지가 떠도 그 기저에 깔린 원인이 수십 가지다. 나 역시 어느 정도 컴퓨터를 다룰 줄 알지만, 내 세팅을 마친 후 뒤돌아서면 까먹는다. 내 케이스만 겨우 아는 거지, 생판 모르는 남의 꼬여버린 실타래를 어떻게 다 풀어주겠나.
메뉴얼을 아무리 기가 막히게 써놔도 소용이 없다. 변수가 하나만 생겨도 메뉴얼은 휴지조각이 된다. 결국 본인이 수많은 케이스를 뒤져가며 흙탕물 속에서 진주를 찾듯 스스로 원인을 파악해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멘탈이 바사삭 부서지는 걸 내가 옆에서 막아줄 재간이 없다는 뜻이다.
3. 내가 뭘 모르는지 모르는 ‘블라인드 스팟’의 늪
여기서 사람들을 더 환장하게 만드는 포인트가 하나 있다. 요즘은 AI 시대니 챗GPT한테 물어보면 다 된다고들 하지만, 정작 이 낯선 기술적 장벽 앞에서는 AI마저 무용지물이 되는 순간이 온다.
AI의 가장 치명적인 단점이 뭔지 아는가? 바로 ‘내가 묻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절대 답을 주지 않는다는 거다. 내가 어느 구멍에서 물이 새고 있는지, 내가 지금 무슨 실수를 저질렀는지 명확하게 인지하고 질문해야 AI도 기가 막힌 해결책을 내놓는다. 머릿속에 시스템의 큰 그림(Big Picture)이 있어야 세부적인 질문도 가능한 법이다.
그런데 초보자들은 애초에 ‘내가 뭘 모르는지’조차 모른다. 화면은 에러를 뿜어내는데, 이게 호스팅 문제인지 도메인 문제인지 플러그인 충돌인지 알 턱이 없다. 그러니 AI에게 “워드프레스 화면이 안 나와요” 같은 유치원생 수준의 질문만 던지게 되고, AI는 교과서적인 뜬구름 잡는 소리만 앵무새처럼 반복한다. 나도 답답하고 AI도 답답한 이 맹점 속에서 끝없는 삽질을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멘탈이 나간다. “아, 나도 모르고 얘도 답을 안 주네. 역시 이건 전문가나 하는 건가 보다.”
4. 해결책? 닥치고 AI와 멱살 잡고 뒹굴어라
이쯤 되면 “그래서 어쩌라는 거냐, 재능 없으면 포기하라는 거냐”라고 묻고 싶을 거다. 맞다. 명확하고 깔끔한 지름길 따위는 없다. 이 벽은 오로지 본인 스스로 부딪히고 깨지며 넘어가야만 하는 통과의례다.
하지만 분명한 건, 지금은 과거에 비해 말도 안 되게 친절한 시대라는 거다. AI가 없던 시절에는 정말 개발자 커뮤니티를 며칠씩 뒤지거나 비싼 돈을 주고 외주를 맡겨야 했다. 하지만 지금은 적어도 멱살 잡고 끝까지 물고 늘어질 수 있는 무한한 인내심의 파트너가 옆에 있지 않은가.
해결 방법은 무식할 정도로 단순하다. AI가 찰떡같이 알아듣고 정답을 뱉어낼 때까지, 당신이 질문의 해상도를 높이는 수밖에 없다. 모르겠으면 에러 코드를 통째로 긁어다 붙여넣고, “나는 아무것도 모르는 쌩초보니 유치원생에게 설명하듯 원인을 3가지 관점으로 분석해라”라고 닦달해라.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아주 희미하게 전체 지도의 윤곽이 보이기 시작한다. “아, 도메인과 네임서버가 이런 관계로 연결되는 거구나!” 하는 깨달음.
그 작은 깨달음들이 모여 통곡의 벽에 균열을 내기 시작한다. 이 과정은 일대일 과외로 떠먹여 줄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절대 아니다. 나 역시 시스템을 구축하면서 수없이 막히고 깨졌지만, 그때마다 그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AI와 끝없는 스파링을 하며 길을 뚫었다. 그리고 잊어버리면 또 물어봤다.
기술적인 장벽 앞에서 무너지는 사람들을 보면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다. 블로그로 시스템을 만들고 나만의 파이프라인을 구축한다는 건 단순히 키보드를 두드리는 행위가 아니라, 끊임없이 발생하는 에러와 낯선 기술들을 하나씩 정복해 나가는 지독한 자기 수양의 과정이다. 그러니 누군가의 바짓가랑이를 붙잡거나 마법의 메뉴얼을 찾지 마라. 답은 당신이 화면 너머의 AI와 얼마나 치열하게 삽질하며 진화하느냐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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